COGNITIVE LAB
동전을 다섯 번 던졌더니 모두 앞면이 나왔다. 그러면 여섯 번째는 뒷면이 나올 차례라는 직감이 든다. 첫 두 아이가 모두 아들인 집에서, 셋째는 분명히 딸일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유투를 네 번 연속 넣은 선수가 다섯 번째에 실패할 거라고 관중들이 예측한다. 이 직감들은 모두 같은 인지 착각에서 나온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Gambler’s Fallacy’라고 부르는데, 무작위로 일어나는 일들 사이에 머릿속이 멋대로 인과관계를 만들어내는 착각이다. Britannica의 아포페니아 항목에서도 사람이 무작위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려는 보편적 경향의 한 형태로 다룬다.
왜 우리는 균형이 맞춰지길 기대할까
사건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이전 결과가 다음 결과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 사건이다. 동전 던지기, 주사위 굴리기, 아이의 성별이 그렇다. 다른 하나는 이전 결과가 다음 확률을 직접 바꾸는 사건이다. 카드 한 벌에서 카드를 뽑은 뒤 다시 안 넣고 다음 카드를 뽑는 경우가 그렇다. 둘 사이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사람의 머리는 두 종류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진화 과정에서 우리 뇌는 패턴 인식에 익숙해졌다. 사바나에서 풀이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포식자의 존재를 짐작하는 능력은 생존에 도움이 됐다. 이 패턴 인식 능력이 무작위 앞에서는 헛돈다. 동전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데, 우리 머리는 매번의 던지기를 연결된 이야기로 읽어낸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착각이 교육 수준이나 수학 지식과 무관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확률을 가르치는 통계학 교수도 동전 던지기 앞에서는 같은 직감에 빠진다는 실험 결과들이 있다.
1796년 라플라스가 본 것
1796년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그의 책 ‘확률에 관한 철학적 시론’에서 이상한 사회 현상을 적어두었다.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당시 남성들이, 아내가 임신 중인 달에 주변에서 사내아이가 많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안해했다는 것이다. 출생 비율이 매달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미 사내아이가 많이 태어났으니 자기 아이는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짧은 기록은 같은 착각이 인류에게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 가정에서 다음 아이의 성별은 같은 시기에 다른 가정에서 어떤 아이가 태어났는지와 아무 상관이 없다. 매번의 출산은 따로 일어나는 사건이고, 매번 약 51대 49 비율로 나뉜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균형이 맞춰질 거’라는 직감을 자연계 모든 영역에 들이댄다. 자연 일부에서는 이 직감이 통하지만, 진짜 무작위 사건 앞에서는 완전히 빗나간다.
| 상황 | 머릿속 직감 | 실제 확률 |
| 동전 앞면 5회 연속 | 뒷면 차례 임박 | 50% |
| 아들 3명 연속 | 이번엔 딸일 듯 | 약 49% |
| 자유투 4회 연속 성공 | 슬슬 빗나갈 차례 | 선수 평균치 |
짧게 봤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이 착각은 ‘대수의 법칙’을 오해한 데서 나온다. 시행을 무한히 반복하면 결과가 이론 확률에 가까워진다는 법칙인데, 우리 머리는 이 법칙을 짧은 횟수에도 그대로 갖다 댄다. 동전을 1만 번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거의 5천 번씩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동전을 10번 던지면 5번씩 나와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 사실 10번 정도라면 8 대 2, 9 대 1처럼 한쪽에 쏠린 결과도 자주 나온다.
또 한 가지, 사람의 머릿속에는 ‘한쪽에 치우치면 자연이 균형을 맞춰주겠지’라는 직감이 있다. 자연계에서 어느 정도 통하는 휴리스틱이라 이 직감 자체는 진화적으로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동전이나 추첨 기계 앞에서는 이 직감이 완전히 빗나간다. 기계는 균형을 맞춰주는 어떤 장치도 안 갖고 있고, 매번의 시행은 이전과 깨끗이 끊어진 새로운 사건일 뿐이다.
반대 방향 함정도 있다
방금 말한 직감과 정반대 방향이지만 같은 뿌리를 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농구 선수가 자유투를 다섯 번 연속 넣었을 때 어떤 관중은 ‘이제 빗나갈 차례’라고 보지만, 다른 관중은 ‘흐름을 탔으니 계속 들어간다’고 본다. 두 예측은 정반대지만 모두 따로 일어나는 사건들 사이에 인과를 만들어내는 같은 착각이다. 학자들은 후자를 ‘Hot Hand Fallacy’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건 같은 사람이 어느 함정에 빠지느냐가 그날의 기분과 직전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안 좋은 결과가 쌓인 상황에선 ‘균형이 맞춰지겠지’라는 방향으로 기울고, 좋은 결과가 쌓인 상황에선 ‘흐름이 이어지겠지’라는 방향으로 기운다. 다시 말해 같은 사람이 같은 사건 앞에서 시점에 따라 정반대의 직감을 번갈아 가진다. 우리의 패턴 인식이 무작위 앞에서 얼마나 일관성 없는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법
첫째, 매번의 시행을 따로 떨어진 사건으로 그려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동전을 던질 때마다 새 동전이 옆에 놓이고 이전 동전은 곧장 폐기된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그려보면 여섯 번째 던지기가 다섯 번째와 아무 상관 없다는 게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둘째,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이 결과가 직전 결과에 영향을 받는 종류의 사건인가’를 한번 자문해보는 습관이 효과 있다. 동전, 주사위, 추첨, 무작위 사건은 답이 항상 ‘아니다’다.
셋째, 자기 직감을 사후에 기록해두고 한 번씩 돌아보는 것이다. ‘균형이 맞춰질 차례’라는 직감으로 내린 결정과 그렇지 않은 결정을 분류해서 결과를 비교해보면, 양쪽 모두 통계적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어떤 누적 상황에서 이 착각이 자주 나오는지를 본인의 데이터로 확인하는 게 의식적으로 참는 것보다 훨씬 잘 통한다. 무작위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통계 지식이 아니라 반복된 자기 점검으로 만들어지는 습관이고, 한번 몸에 붙으면 일상의 다양한 결정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