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 LAB
시험을 볼 때 항상 같은 펜을 써야 점수가 잘 나온다고 믿는 학생이 있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 중에 특정 자세를 취해야 팀이 이긴다고 굳게 믿는 팬이 있다. 엘리베이터 닫기 버튼을 빠르게 여러 번 누르면 문이 더 빨리 닫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 모두 같은 머릿속 작용에서 나온다. 운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정해지는 일을 자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끼는 착각이다. 학자들이 ‘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Bishop’s Glen은 오늘, 운을 실력이라 믿게 만드는 우리 뇌의 자기기만을 들여다본다.
엘렌 랭거의 1975년 추첨 실험
하버드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엘렌 랭거는 1975년 이 착각을 보여주는 결정적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추첨 티켓을 두 가지 방식으로 팔았다. 한 그룹은 본인이 직접 티켓 번호를 골랐고, 다른 그룹은 무작위로 배정된 번호를 받았다. 두 그룹 모두 같은 1달러에 티켓을 샀는데, 추첨 직전에 랭거는 그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되팔라고 제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작위 번호를 받은 그룹은 평균 1.96달러에 티켓을 되판 반면, 본인이 직접 번호를 고른 그룹은 평균 8.67달러를 요구했다. 같은 추첨, 같은 당첨 확률인데, 자기가 번호를 골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티켓의 주관적 가치가 4배 넘게 올라간 것이다. 사람이 운으로 정해지는 일에 대해 자기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가 통제감을 만들어내고, 이 통제감은 객관적 확률과 무관하게 주관적 가치를 부풀린다.
착각을 키우는 네 가지 조건
랭거는 후속 연구에서 이 착각을 키우는 환경 조건을 찾아냈다. 첫째는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정할지 고를 수 있는 환경에선 선택권이 없는 환경보다 통제감이 강해진다. 둘째는 익숙함이다. 자주 접한 영역일수록 자기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느끼고, 처음 보는 영역보다 더 강한 통제감을 갖는다. 셋째는 본인이 직접 개입하는 정도다. 단순히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손을 대는 행동이 들어가면 통제감이 더 강해진다.
넷째는 경쟁자의 존재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구도에선 단순히 운에 맡기는 상황보다 자기 능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일상에서 이 네 조건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가 엘리베이터 닫기 버튼이다. 본인이 버튼을 직접 누르는 행동,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환경, 빠르게 누를지 천천히 누를지 고를 수 있다는 선택권이 다 합쳐져서 강한 통제감을 만든다. 그런데 현대 엘리베이터 중 상당수는 닫기 버튼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거나 매우 짧은 시간만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상황별 착각의 강도
| 상황 | 실제 영향력 | 착각 강도 |
| 횡단보도 보행자 버튼 | 시간대 따라 다름 | 중간 |
| 시험 럭키펜 | 없음 | 강함 |
| 스포츠 응원 의식 | 경기 결과와 무관 | 매우 강함 |
| 면접 의상 미신 | 간접적 영향 일부 있음 | 최강 |
면접 의상 미신에서 착각이 가장 강한 이유는 의상이 면접 결과에 미치는 실제 영향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단정한 복장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본인 자신감을 끌어올려서 발표력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색깔 넥타이’나 ‘행운의 양말’ 같은 작은 의상 요소는 객관적으로 결과에 거의 영향이 없다. 일부의 실제 통제력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착각을 더 키우고, 본인은 자기 의상 선택 전부가 결과를 좌우한다고 과대평가한다.
착각이 쌓일 때 일어나는 일
착각이 한 번으로 끝날 때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같은 영역에서 반복되어 쌓이면 결정 전체가 휘어진다. 특히 위험한 패턴은 좋은 결과를 본 직후의 통제감 강화다. 우연히 좋은 결과를 얻은 직후, 본인은 자기 전략이 효과 있었다고 무의식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결론이 다음 시도에서 같은 의식이나 도구에 더 강하게 매달리게 만든다.
반대로 안 좋은 결과 직후엔 통제감이 잠시 약해지지만, 곧 ‘내가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위안이 등장한다. 즉 성공은 통제감을 키우고, 실패는 더 큰 통제 시도를 부른다. 양쪽 모두에서 착각이 쌓이고, 이 비대칭적 누적이 결국 비합리적 결정의 뿌리가 된다. 본인은 자기 전략이 점점 정교해진다고 느끼지만, 기록을 보면 단지 시도 횟수만 늘어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착각에서 빠져나오는 점검법
이 착각을 깨는 첫 번째 도구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나누는 일이다. 결정 직전에 ‘내가 이 상황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게 정확히 뭔가’를 의식적으로 답해보자. 시험에선 공부 시간과 풀이 전략뿐,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통제 못한다. 면접에선 답변 준비와 태도뿐, 면접관의 그날 기분이나 회사 채용 상황은 통제 못한다. 이 구분을 명시적으로 해보면 착각이 약해진다.
두 번째 도구는 자기 결정 패턴을 사후에 기록해두고 한번씩 돌아보는 것이다. Simply Psychology의 통제 위치 해설은 자기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 사람이 외부 요인 때문에 실패한 경우에도 자기 책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다루는데, 이 착각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본인이 ‘실력으로 성공했다’고 느낀 사례와 ‘운으로 실패했다’고 느낀 사례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양쪽 모두 결과 분포가 통계적 무작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기록이 착각을 가장 강하게 풀어준다. 세 번째 도구는 외부 사람의 시선을 빌려 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의지하는 의식이나 도구를 가족이나 친구가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까’를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착각의 강도가 약해진다. 본인 시선에선 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외부 시선에선 명백히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시선 전환이 착각을 푸는 데 가장 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