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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는 착각, 사후 확신 편향

사후 확신 편향이란 무엇인가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난 그럴 줄 알았다’고 느끼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경기 결과가 나오면 처음부터 그 팀이 이길 것 같았다고 생각하고, 사고가 터지면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사건 전에는 그렇게 명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결과를 알고 난 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믿게 되는 현상을 사후 확신 편향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바루크 피쇼프의 실험이 잘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려 준 뒤 ‘결과를 모른다고 가정하고 가능성을 추정해 보라’고 하면, 실제로 일어난 결과에 훨씬 높은 확률을 매겼다. 결과를 아는 순간 기억이 재구성되어, 마치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상했던 것처럼 바뀌는 것이다. 자신은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래서 사후 확신 편향은 ‘그럴 줄 알았어 효과’라고도 불린다.

왜 ‘알고 있었다’고 착각하는가

결과를 알게 되면 뇌는 그 결과에 맞춰 과거의 정보를 다시 정리한다. 결과와 들어맞는 단서는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어긋나는 단서는 흐릿하게 처리한다. 그러면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그 결과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사건 전에 수많은 가능성이 엇갈리고 있었는데, 결과를 안 뒤에는 그 불확실함이 통째로 지워지는 것이다. 이 편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고 여기면 그 일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느낀다. 자기 판단이 사실은 빗나갔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니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이렇게 자기 판단을 실제보다 신뢰하는 태도는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과도 통한다. 또 결과만 보고 과거의 결정을 평가하면, 그 시점에서는 합리적이었던 판단도 부당하게 비난받는다. 결과가 나쁘면 ‘그것도 몰랐냐’고 탓하지만, 정작 사건 전에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이런 뒤늦은 비난은 사람들을 위축시켜, 정당한 모험이나 판단조차 꺼리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의 왜곡을 줄이는 법

사후 확신 편향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정을 내린 시점에 그 판단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무엇을, 왜, 어떤 근거로 예측했는지 적어 두면 나중에 결과가 나온 뒤 기억이 바뀌어도 당시의 진짜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기록과 결과를 비교하면 자신의 예측이 실제로 얼마나 정확했는지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

puzzle solved

결정의 질과 결과의 질을 나누기

또 어떤 일을 평가할 때는 ‘결과를 아는 지금’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던 그 순간 가진 정보’만으로 판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결과론에 휘둘리지 않고 과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좋은 결정이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정이 운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결정의 질과 결과의 질을 분리해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는 눈

사후 확신 편향을 넘어서려면 시선을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겨야 한다. 우리는 보통 일이 잘되면 좋은 결정이었다고, 잘못되면 나쁜 결정이었다고 손쉽게 단정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은 언제나 확률 위에서 이뤄지며, 최선의 결정도 나쁜 결과를 피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땠는가’가 아니라 ‘그 시점에 가진 정보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가’이다. 이 관점을 가지면 남을 결과만으로 함부로 탓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실패에서도 운의 몫과 판단의 몫을 구분해 배울 수 있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뻔해 보이지만, 그 뻔함은 대개 기억이 만든 착시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세상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늘 불확실했고, 그 불확실함 속에서 내린 판단을 공정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결과론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후 확신 편향은 역사를 돌아볼 때도 어김없이 작동한다. 큰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사람들은 ‘조짐이 분명했다’거나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 시점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지금처럼 또렷하지 않았다. 우리는 결과라는 정답지를 손에 쥔 채 과거를 채점하는 셈이고, 그래서 당시 사람들의 판단이 실제보다 어리석어 보인다. 이 점을 의식하면 과거의 결정을 평가할 때 한층 신중해지고, 자신이 지금 내리는 결정 역시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뻔한 것을 놓친 선택’으로 보일 수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과를 알고 난 뒤의 명료함은 거저 주어진 것이지, 결정의 순간에 누구나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